국고 지원, 국립대학 위주로 재편되나
한정된 국고 국립대·공영형 사립대에 집중될 듯
 
이연희 기자  |  bluepress@unn.net
 
 

▲ 지난 2월 청주에서 열린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에 참석한 총장들과 이준식 부총리(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교육부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대표적인 대학 정책인 지역거점국립대 지원확대 노선에 대해 대학가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가재정지원이 거점국립대에 몰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지역중심국공립대와 사립대는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고등교육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1%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문재인정부 공약에 따르면 2018년도 고등교육 예산은 17조원 수준으로 수렴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는 1600조원 초반 수준이고, 올해 GDP가 지난해 대비 2% 중반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을 반영한 수치다.

 

그런데 이미 올해 교육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10조원 규모이고, 타 부처 예산은 5조원 규모다. 결국 임기 내 2조원 정도 더 추가하게 될 텐데, 이미 문재인정부는 국가장학금을 2018년에 5000억원, 2019년에 1조원, 2020년에 1조5000원까지 단계별로 증액 투입해 명목등록금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 공약을 유지하는 한,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 규모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이처럼 한정된 예산을 두고 지역거점국립대 지원이 크게 늘어날 경우 지역중심국공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박근혜정부에서 내세웠던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연계한 재정지원사업 개편안도 무색해질 공산이 크다. 대신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 독립형(자율형) 사립대로 대학 체제가 재편되고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에 재정지원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캠프에 합류했던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과) 역시 지난달 20일 교육재정경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여당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기존의 평가와 재정지원을 연계하는 대학구조개혁 방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2주기 구조개혁평가가 작동될지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라며 “오히려 국공립대와 사립대, 제3의 공영형 사립대로 시스템을 개편해, 대학 간 연계, 즉 네트워크 컨소시엄을 꾸리는 대학의 체질 개선에 투자하는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립대에 대한 지원확대 방침이 결국 국립대통합네트워크를 실현하기 위한 ‘터 닦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서울대 폐지론’으로 흐르는 부정적 여론을 막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국립대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발표한 ‘통합국립대학-공영형 사립대학에 기초한 대학 공유네트워크 구축(안)’에 따르면 우선 1단계에서 1차로 거점국립대를 묶고, 2차로 지역중심국립대학을 권역별로 통합한다. 2단계에서는 각 지역의 공영형 사립대를 더한 연합네트워크, 3단계에는 독립형 사립대를 포함하는 일반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단계별 구축안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중심국공립대학도 임기 내에는 재정지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 지난 2월 청주에서 열린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에 참석한 총장들이 안건을 논의 중이다.(사진=한국대학신문 DB)

 

문제는 결국 사립대다. 문재인정부가 공약한 대로 공영형 사립대 30개교(전체 사립대 중 약 20%)를 유치해 운영비를 지원한다면 자연히 독립형(자율형) 사립대는 특수목적사업과 국가장학금 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사립대는 벌써 ‘공영형 사립대’로 변할 것인가, ‘독립형 사립대’를 택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 중이다. 특히 공영형 사립대의 경우 시험대에 올라가길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대학, 또는 기존 문재인캠프에서 검토하던 대학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한 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거버넌스를 둘러싸고 문제가 끊이지 않아, 내부적으로 공영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사업 방식으로 공모할지, 지정할지는 모르지만 대학 거버넌스를 확고히 하고 재정지원을 받아야 발전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반면 독립형 사립대를 선호하는 대학은 정부재정지원이 어느 정도로 제한될지, 명목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을지 지켜본 뒤 노선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별 문제가 없는 사립대가 운영권을 내줄 리는 만무하지 않느냐”며 “지난 정부에서 등록금과 재정지원을 연계해 억제하면서 문제들이 발생했다. 독립형 사립대로 남으면 국고지원은 줄더라도 등록금을 법정 상한율만큼이라도 인상할 수 있다면 그마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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